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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나리오꾼 박훈정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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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씨의 작가로서의 전작들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는 참 인상깊게 보았다. 박훈정이란 이름을 보자마자 이 영화, 꼭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 때문은 아니라 그의 감독 데뷔작, <혈투> 때문이다. <혈투> 수작이어서 <신세계>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니다. <혈투>는 상당히 문제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적인' 이란 수식어는 예술성과 전혀 상관없는 trouble. 진짜 문제였던 작품이다. 일본 만화 가와구치카이지의 <고백>을 베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혈투>도 흥행에 실패했고, <고백>이란 만화도 유명하지 않았기에 큰 화제가 되지 않고 넘어갔고, 이상하게도 지금 네이버 등 구글이든 <혈투>의 표절 논란에 대해 자세히 비교하여 올라왔던 글들이 거의 다 삭제됐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신세계>를 보고자 했던 이유는 <혈투> 표절 논란에 대해 정확히 마무리되지 않고 넘어간 박훈정 작가를 내 티켓팅 리스트에 넣을 것인가 말것인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hift+delete이다. 완전히 삭제이다. 또 똑같다. <무간도>와 비슷한 설정만 가져왔고, 이야기에 대한, 메시지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고민한 흔적도 없이, 값싼 조미료만 넣고 얼렁뚱땅 만들어서 관객에게 내놨다. 리메이크도 아니 영화가 왜 이렇게 무간도와 똑같은지 모르겠다. 차라리 판권 사들이고 진짜 리메이크해서 제대로 만들던가? <무간도>에서 양조위 역할의 이야기만 가져와서 뚝딱뚝딱 3분요리처럼 만들어 내놨다. 정말 실망이다. 웃긴 건, 이정재가 맡은 '이자성'의 갈등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캐릭터도 밋밋하고 재미없다. 오히려 황정민의 '잠깐의' 갈등이 유일하게 몰입됐다. 박훈정 씨는 '작가'라 부를 수 없다. 그냥 '꾼'이다. 시나리오 꾼.

 

2013.02.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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