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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

추적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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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2012)

연출 : 조남국 

극본 : 박경수

출연 : 손현주, 김상중

 

2008년 <스포트라이트> 이후 처음 보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주제와 표현이 대단히 제한적이고 전개도 느리다. 성질 급한 나로서는 보기 힘들다.  <추적자>는 전혀 '드라마'답지 않은 제목의 드라마이다. 자주 들리는 이종격투기 카페에 <추적자>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우연히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보게 됐다.





퓨전 사극이니 트렌디드라마니 말도 안 되는 캐릭터와 학원에서 배운 암기과목 같은 연기가 요즘 드라마에 주류 같아보였다.(드라마 안 봐서 잘은 모른다) 아이돌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게 꼴보기 싫었다. 드라마 제작진도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끼워넣어서 시청률 올리려는 꼼수가 보여서 역겨웠다.  "어설픔이 기발함으로 포장되고, 서투름이 새로움으로 홍보되는 작금의 세태"라는 문구 하나가 내 그 마음을 속시원하게 뚫어줬다. 제작진의 기획의도 하나만으로 이 드라마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의 문제로써, 나는 늙어가는 배우가 좋다. 젊은 연기자들이 탱탱한 피부와 고운 얼굴로 어떤 인생이든 담아내려면 거짓말 같아 보인다. 나는 배우의 얼굴에서 주름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게 느껴지고 거친 피부가 브라운관으로 보일 때, 그 배우가 담아내는 또 다른 인생이 느껴진다. <추적자> 속 배우 손현주가 그렇다. 그를 <기막힌 사내들>에서 처음 봤다. 억울한 주인공 역으로 기억하는데 그 영화를 본 것도 10년은 족히 넘었다. 이렇게 오래전에 봤던 젊고 유쾌한 배우가 이제는 주름진 얼굴과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분위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게 좋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느낌, 내 삶의 느낌과 저 배우가 담아내는 삶의 느낌이 맞닿아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함께 늙어가는 배우가 좋다.




영화 내용은 상당히 트렌디하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 위선자와 거짓말, 그리고 아이러니한 인생. 요즘 충무로의 흥행보증 소재. 국회와 법원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불신이 가득한 사회이길래 돈 내고 즐겁자고 보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국회와 법원에 대한 날선 시선 가득한 이야기가 '주류'가 됐을까?  볼수록 불쾌지수가 올라가지만 불쾌함을 감수하더라도 세상을 똑바로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답답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4회밖에 안 봤지만, 드라마 <추적자>는 한국사회의 아이러니 잘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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