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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월愛> 시민군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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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愛(2011)

연출 : 김태일

 

올해로 팔순이신 우리 할머니. 교회 다니시기만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가끔씩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할머니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역사' 속에 살았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일본어로 된 이름을 기억하시고, 아직까지 황국신민서사를 일본어로 말할 수 있으시다. 책으로만 읽었던 일제 강점기 속 조선인의 이미지가 우리 할머니에게 투영되기란 낯설기 그지없다. 할머니와 한 자리에서 과거를 이야기할 때는 할머니의 기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고맙게 느껴지기도,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980년. 5.18 민주항쟁. 30년밖에 되지 않은 사건. 책과 사진으로만 봤던 역사의 사건. 5.18을 더 알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당시 시민군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그들과 (스크린상으로나마)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뜻밖의 것은 영화 안에는 계엄군의 목소리도 담겨있었다.

 


영화는 굉장히 마음을 울렸다. 5.18이란 사건과 진실들이 가져다주는 참혹함은 변함없었고, 5.18 속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열사와 투사들의 지울 수 없는 상처 또한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은 광주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재래시장의 과일파는 아주머니 말대로 누구에게는 '쓰잘데기 없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누구에게는 평생을 가슴에 묻고, 숙명처럼 벗어날 수 없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역사를 이야기되서 보다 진실된 역사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하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야 한다. 5.18 그날의 사건을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잊혀져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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