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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 휴잭맨의 <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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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Logan, 2017)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휴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다프네킨


3월 1일. 개봉 당일 CGV 4DX 2D로 관람한 로건. 4DX가 영화 몰입감에 방해되는 것 같아서 일반 상영으로 보고 싶었지만, 제일 빠른 시간에 하는 영화가 4DX여서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로건 4dx는 몰입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했음)


이 영화는 사실 2월 28일 전야개봉을 해서 심야영화로 볼 계획이었다. 근데 사전에 올라오는 평들을 보니 애처로움과 작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밤에 보기 싫었다. 만약 이 영화가 정말로 애처로운 작별을 보여줬다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마주하는 느껴질 적막감과 고독함 무서웠다. 그래서 아침 일찍 로건을 보러갔다. 


영화가 끝나니 아침에 보길 잘했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울림이 너무 컸다. 



엑스맨 첫시리즈가 벌써 17년전이었더라. 2000년. 난 중2쯤 됐었고 한참 어렸을 때였다. 아마도 비디오가게에서 엑스맨을 빌려서 봤을 거고 그땐 헐리웃 히어로물이라 재밌게 봤을 것이다. 돌연변이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들로서 흥미롭게 봤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실 히어로물을 딱히 좋아하진 않았다. 내 기억으론 이소룡과 주성치 영화에 빠져있었다. 엑스맨 시리즈도 그냥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온 하나의 테이프에 불과했던 영화였다.


나이를 먹다보니 엑스맨 시리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히어로라기보단 돌연변이의 이야기로서 나에게 더욱 다가왔다. 강한 초능력을 가졌지만 사회에선 약자가 될수밖에 없는 엑스맨들의 숙명, 이런 것들이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사연들은 간혹 내 마음을 심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히어로물 중에 가장 좋아하는게 엑스맨 시리즈이다.



엑스맨의 스핀오프격 시리즈인 울버린 시리즈가 이번 <로건>을 끝으로 마감했다. 히어로의 능력보다 히어로가 갖고 있는 드라마를 느끼기엔 스핀오프 영화들이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엑스맨의 탄생 : 울버린>, <더 울버린> 평가가 엇갈린 영화이지만, 난 사실 다 좋았다. 생각해보니 <엑스맨의 탄생 : 울버린>에서부터 엑스맨 시리즈를 더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로건> 이 영화 시작부터 너무 서글펐다. 울버린이 너무 늙어버린 것이다. 쇠약해졌다. 직업도 현실적이며 행동과 가치관도 세속적이다. '히어로' 엑스맨이 아닌 것 같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돈을 쫓는 울버린, 일반인에게 맞고 있는 울버린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먹먹해졌다. 

어렸을 때 가졌던 꿈과 희망이 계속 작아지는 걸 느끼고, 앞으로는 더 꿈이 없어지는 나이가 되겠구나라고 깨닫는 요즘, 나 어렸을 때 잘나갔던 울버린이 너무 약해져버린 모습을 보니 영화가 영화처럼 안 느껴졌다.   



<로건>은 슈퍼 히어로물보다는 가족영화에 가까워보인다. 로건보다 더 늙은 아흔살의 프로페서X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이 됐다. 능력이 상실하진 않았지만 그의 행동과 말들은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노인들에 비슷해졌다. 로건은 어린 아이 로라와 함께(이러고 보니 같은 로씨였음) 전투를 하게 되면서 그가 가진 엑스맨으로서, 돌연변이로서의 숙명을 이야기해준다. 인물구성 자체로서 가족 드라마적인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전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울버린의 주요 능력인 치유능력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얼굴과 몸, 모두 상처 투성이고 잘 낫지도 않는다. 치유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로건의 모습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영화적으로 안좋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울버린도 늙는구나라는 게 너무 인정하기 싫었다. 저만치 딴 세상 같았던 슈퍼히어로가 내 눈 앞에 와있는 것 같다. 근데 그 가까이와있다는 느낌이 좋진 않다. 나도 로건처럼 늙고 있으니까. 우리 가족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 모두 다 그러니까. 모두 작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참 받아들이기 싫다. 


그렇게 영화는 스크린안에서 계속 달려나가고 끝이 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올 때,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생각보다 마음을 더 울렸다. 그 상영관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엔딩크레딧이 올라오자마자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훌쩍거리는 소리만 간혹 들렸다. 17년을 함께 했던 울버린인데, 이렇게 그냥 일어나버리기 싫었다. 



로건 OST(엔딩크레딧 삽입곡)

Johnny Cash-The_Man_Comes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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