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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과 사랑, 그리고 조국에 대한 슬픈 이야기 <청연> 청연 감독 : 윤종찬 출연 : 장진영, 김주혁 모르고 있었다. 일제시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쳐 희생했던 우리의 조상들에게도 미치도록 갈망했을 꿈과 사랑이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대한민국 최초의 여류비행사였던 박경원씨의 삶은 ‘평범한‘ 순국선열들의 삶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친일적일 수가 있다. 일본에 건너가 일본체제내에서 조선이란 국적과는 개의치 않고 유능한 여류비행사로서 성공했다. “조선이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라는 박지혁의 말처럼 박경원의 태생만 조선일 뿐, 박경원은 조선인으로서 받은 어떤 것도 대한독립을 위해 몸바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태생은 한국인의 긍지와 자존심으로 언제나 마음에 남아있고 조센징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살아간다. 박경원은 조센징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평생을 조국의 독립.. 더보기
물들어가는 군대문화의 초상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 윤종빈출연 :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본 순간,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내 블로그의 간판이다. 권력을 맛보기 이전, 권력과 타협하기 이전의 모습과 그 후의 모습이 너무나 이중적이어서 그냥 썼던 말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의(물론 지금도) 모습이 그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를 보고 블로그의 제목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았다. 정확히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의미를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본성보다는 다른 말, 후천적이며 교육된 것을 의미할 수 있는 그런 말, 뭐가 있을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특수하고 비대한 군대란 조직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서있다. 아직 휴전, 대치상황이라는 민족의 특수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군대에서는 개성이란 무시되며 오로지 일률적 행동과 .. 더보기
완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 연출 : 크리스토퍼 놀런 출연 :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 비긴즈(1편)는 왜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영웅이 되려 하는가, 다크나이트는 왜 조커와 투페이스(하비 덴트 검사)에 대해 배트맨과 대적하는 악당이 됐는가에 대해서 세밀하게 조명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3편)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굳이 3편의 제작 의도를 잘 모르겠다. 3부작의 완결작으로 비긴즈부터 이어지는 배트맨을 둘러싼 퍼즐들이 3편에서 모두 맞춰지지만, 다 맞춰진 퍼즐을 보니 기대만큼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퍼즐이 다 맞춰지기 전 그림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야기 전체가 아닌 캐릭터 하나를 재해석함으로써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파급력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원작을 통해서 그 캐릭터를 봐왔.. 더보기
<오월愛> 시민군과의 대화 오월愛(2011) 연출 : 김태일 올해로 팔순이신 우리 할머니. 교회 다니시기만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가끔씩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할머니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역사' 속에 살았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일본어로 된 이름을 기억하시고, 아직까지 황국신민서사를 일본어로 말할 수 있으시다. 책으로만 읽었던 일제 강점기 속 조선인의 이미지가 우리 할머니에게 투영되기란 낯설기 그지없다. 할머니와 한 자리에서 과거를 이야기할 때는 할머니의 기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고맙게 느껴지기도,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980년. 5.18 민주항쟁. 30년밖에 되지 않은 사건. 책과 사진으로만 봤던 역사의 사건. 5.18을 더 알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당시 시민군들은 지금 어떻.. 더보기
龍頭蛇尾 <모비딕> 감독 : 박인제 출연 : 황정민, 진구, 김상호 龍頭蛇尾라 썼지만 처음부터 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진 않다. 천안함의 '음모'가 한바탕 휩쓸고간 한국사회에서 음모란 단어가 가져다주는 호기심은 관객들이 이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초단위로 쏟아내는 SNS 속 목소리와와 수없이 다양한 미디어의 탄생, 그리고 계속된 진화때문에 정치와 언론에 불신이 날로 커져만 가는 시대이다.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직한 '미디어'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비주류계층이 알 수 없는 실제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엘리트들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궁금증은 미디어로 접하기도 힘들며, 접한다해도 전부 믿기엔 찜찜하기만 할 뿐이다. 그 '찜찜함'을 해결해 줄.. 더보기
좀도둑질하는 <도둑들> 도둑들(2012) 연출 : 최동훈 출연 : 임달화, 신하균 필모그래피를 쌓을수록 진화하는 감독들이 있다. 의 이용주, 의 민규동, 의 신정원. 반면에 필모그래피가 계속될수록 한계가 드러나는 감독들이 있다. 의 장진, 의 김대승, 의 최동훈. 물론 후자의 연출자들은 데뷔작들이 엄청났다. 성공한 데뷔작품이 늘 비교가 되기 마련이고, 그 굴레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전현직 국가대표 배우들이 다 모였다. 캐릭터 이름도 독특하다. 전지현을 제외한 주연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후카시'가 너무 많다. 한마디로 빈 깡통이다. 캐릭터가 하나같이 철학도 없고, 매력도 없다.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다. 새로움은 그냥 캐릭터들이 '실명'이 아.. 더보기
서인우의 아내는 어땠을까?<카페 드 플로르> 카페 드 플로르(2012) 연출 : 장 마크 발레출연 : 바네사 파라디(재클린),케빈 파랑(앙투안 고딘),헬렌 프로렝(카롤) 소울메이트, 우리나라 말로 천생연분이라는 말을 들으면, 에서 서인우의 아내가 가끔씩 생각난다. 그녀는 어떻게 견뎠을까? 아니 견딜 수 있었을까? 평범하지 않는 전개와 매끄럽지 않은 영상과 음악, 그리고 분위기들은 이 영화의 메시지들을 불편하게 전달한다. 지금껏 봐왔던, 생각했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의 환상을 깨버리고 그 이면과 현실을 지독하게 바라보게 한다. 失戀을 넘어 失緣을 다룬 영화. 담대하면서도 관객들을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그 몰입은 그 전과는 다르게 분명히 이질적이었다. 더보기
<다크 나이트> 어둠 속에 있는 진실에게 고하니 역시나 히어로물은 영웅보다는 악당이 강해야 산다. 악당이 끝까지 뒷통수를 때려주시는 이 영화는 '반전'이기보다는 당연한 결과이기때문에 더욱 마음에 든다. 끝까지 故히스 레저가 신들린 연기해주는 '조커'의 캐릭터는 순수악으로서 강인한 생명을 잃지 않는다. 순수선에 대해, 순수악에 대해,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악마같은 접근을 해나간다. 지옥에서 다 죽어버린 시체에 의지하는 것보단, 결국은 그 지옥에서 붙잡아야 할 손은 사람과 가장 닮은 악마가 아닐까?정의를 위해서라면 진실은, 생명을 위해서라면 신념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타인은, 죽고 싶을정도의 딜레마 속에서 선택의 정답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달려 있는 것이다. '조커'는 단지 그 선택을 이끌어주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 더보기
악순환 그리고 전쟁<이노센트 보이스> 의 첫 부분에 주인공 차바는 이런 말은 한다. "난 아무 짓도 안했는데 왜 죽이려는 걸까요?" 소년병이 되길 거부했던 어린 아이의 짧은 생각이 인류의 허망한 전쟁과 전투들은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어린 아이는 정부군의 폭력이 싫어서 반군이 된다. 반군은 저지하기 위해 정부군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한다. 악순환이고 전쟁의 쓸데없는 본질이다. 더보기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똥파리> 강한 척했던 남자는 기쁨도 슬픔도 없이 외롭게 죽었다. 그래,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따라온다. 안타깝지만 감추고 살아가는 지독한 허세에 대한 배설이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2010.06.22 02:5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