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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어가는 군대문화의 초상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 윤종빈출연 :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본 순간,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내 블로그의 간판이다. 권력을 맛보기 이전, 권력과 타협하기 이전의 모습과 그 후의 모습이 너무나 이중적이어서 그냥 썼던 말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의(물론 지금도) 모습이 그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를 보고 블로그의 제목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았다. 정확히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의미를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본성보다는 다른 말, 후천적이며 교육된 것을 의미할 수 있는 그런 말, 뭐가 있을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특수하고 비대한 군대란 조직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서있다. 아직 휴전, 대치상황이라는 민족의 특수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군대에서는 개성이란 무시되며 오로지 일률적 행동과 .. 더보기
<블랙스완> 블랙스완(Black swan)감독 : 대런 애로노프스키출연 : 나탈리 포트만 레퀴엠 이후 첫 만남이다. 애로노프스키 감독도, 영화가 끝나지 않은 느낌도.. 완벽주의를 향한 광기로 정리할 수 없는 끔찍함이 있다. 그 끔찍함은 'reflection'이 만든다.영화에는 수없이 많은 거울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자신이 비춰지고 자신을 바라본다. '니나'는 백조와 흑조를 함께 반영하고 싶은 열망은 광기를 일으키고 결국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그보다 무서웠던 것은 '니나' 뿐만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백조의 호수 발레공연 시퀀스는 정말 대단했다. 더보기
<당신들의 대한민국>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극우와 극좌의 집단 의식 저변에는 흡사한 점이 많이 깔려 있다. 집단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생명과 행복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야만적 집단주의, 남성적인 폭력으로 집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저질스러운 폭력 숭배, 인간의 존엄성일 위시한 보편적인 인권들을 비웃고 부정하는 현대적 보편주의와 관대성의 부재, 무엇보다 가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특유으 집단 광고는 바로 극좌와 극우의 공통점이다. 더보기
<21세기에는 지켜야할 자존심> 사람의 존재 미학 나는 나한테 속한다. 어떤 사람의 존재미학이 가장 잘 드러내는 순간은 위험할 때, 어려울 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입니다. 진중권 더보기
스물여덟, 양자적 요동상태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은 결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미시적으로 무의 공간은 플랑크 영역까지 확대하면, 무의 공간은 물질과 반물질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끓어오르는 상태이다. 이를 양자 거품, 혹은 양자적 요동상태라고 말한다. 결국 무의 공간이란 산술적 의미에서 에너지의 총합이 0일 뿐, 무언가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중인 것이다. -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中 2012.08.03 09:37 더보기
완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 연출 : 크리스토퍼 놀런 출연 :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 비긴즈(1편)는 왜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영웅이 되려 하는가, 다크나이트는 왜 조커와 투페이스(하비 덴트 검사)에 대해 배트맨과 대적하는 악당이 됐는가에 대해서 세밀하게 조명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3편)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굳이 3편의 제작 의도를 잘 모르겠다. 3부작의 완결작으로 비긴즈부터 이어지는 배트맨을 둘러싼 퍼즐들이 3편에서 모두 맞춰지지만, 다 맞춰진 퍼즐을 보니 기대만큼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퍼즐이 다 맞춰지기 전 그림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야기 전체가 아닌 캐릭터 하나를 재해석함으로써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파급력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원작을 통해서 그 캐릭터를 봐왔.. 더보기
<오월愛> 시민군과의 대화 오월愛(2011) 연출 : 김태일 올해로 팔순이신 우리 할머니. 교회 다니시기만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가끔씩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할머니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역사' 속에 살았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일본어로 된 이름을 기억하시고, 아직까지 황국신민서사를 일본어로 말할 수 있으시다. 책으로만 읽었던 일제 강점기 속 조선인의 이미지가 우리 할머니에게 투영되기란 낯설기 그지없다. 할머니와 한 자리에서 과거를 이야기할 때는 할머니의 기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고맙게 느껴지기도,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980년. 5.18 민주항쟁. 30년밖에 되지 않은 사건. 책과 사진으로만 봤던 역사의 사건. 5.18을 더 알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당시 시민군들은 지금 어떻.. 더보기
龍頭蛇尾 <모비딕> 감독 : 박인제 출연 : 황정민, 진구, 김상호 龍頭蛇尾라 썼지만 처음부터 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진 않다. 천안함의 '음모'가 한바탕 휩쓸고간 한국사회에서 음모란 단어가 가져다주는 호기심은 관객들이 이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초단위로 쏟아내는 SNS 속 목소리와와 수없이 다양한 미디어의 탄생, 그리고 계속된 진화때문에 정치와 언론에 불신이 날로 커져만 가는 시대이다.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직한 '미디어'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비주류계층이 알 수 없는 실제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엘리트들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궁금증은 미디어로 접하기도 힘들며, 접한다해도 전부 믿기엔 찜찜하기만 할 뿐이다. 그 '찜찜함'을 해결해 줄.. 더보기
이란성쌍둥이같은 영화 '고백'과 소설 '고백' 영화 '고백'(2010) 감독 :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 마츠 다카코 한 교사는 교직를 그만두기로 한다. 학생들에게 그 사실을 전달한다. 자신의 딸의 죽음 소식과 딸의 살인자가 이 반에 있다는 사실과 함께.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의 건조한 고백들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살인자는 자기반 학생이지만, 자신은 교직자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자신의 심판만 내리겠다라며 차가운 고백을 한다. 단순한 범죄스릴러물의 영화로 설명하기엔 이란 영화는 대단하며 아름답다. 원작인 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는 동시에 영화로만 만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선물했다. 대표적으로 심도 낮은 영상과 슬로우모션과 역재생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영화 음악이 감독이 전하는 영화의 느낌을 더.. 더보기
좀도둑질하는 <도둑들> 도둑들(2012) 연출 : 최동훈 출연 : 임달화, 신하균 필모그래피를 쌓을수록 진화하는 감독들이 있다. 의 이용주, 의 민규동, 의 신정원. 반면에 필모그래피가 계속될수록 한계가 드러나는 감독들이 있다. 의 장진, 의 김대승, 의 최동훈. 물론 후자의 연출자들은 데뷔작들이 엄청났다. 성공한 데뷔작품이 늘 비교가 되기 마련이고, 그 굴레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전현직 국가대표 배우들이 다 모였다. 캐릭터 이름도 독특하다. 전지현을 제외한 주연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후카시'가 너무 많다. 한마디로 빈 깡통이다. 캐릭터가 하나같이 철학도 없고, 매력도 없다.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다. 새로움은 그냥 캐릭터들이 '실명'이 아.. 더보기